혹시 어느 날 갑자기 내 통장에 정체 모를 돈이 소액 입금된 경험, 있으신가요? “웬 떡이냐” 싶겠지만, 이는 신종 금융 사기인 ‘통장협박’ 또는 ‘핑돈’ 사기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순식간에 내 모든 금융 거래가 마비되고, 협박범에게 돈까지 요구받는 황당한 상황!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은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통장협박(핑돈) 사기의 모든 것과 현명한 대처법을 A부터 Z까지 상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1. 낯선 이름, ‘통장협박(핑돈) 사기’란 무엇일까요?
통장협박(핑돈) 사기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다른 사람의 계좌를 해킹하거나 갈취한 돈을, 또 다른 제3자의 계좌로 소액(보통 10만원~50만원) 입금한 뒤, 원래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해당 계좌를 신고하게 만들어 제3자의 통장을 묶어버리는 수법입니다. 이때 입금된 출처 불명의 돈을 ‘핑돈‘이라고 부릅니다.
범죄 조직은 이렇게 통장이 묶인 피해자에게 접근해 “돈을 주면 풀어주겠다”고 협박하며 금전을 갈취합니다. 이는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칭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허점을 악용한 악질적인 범죄입니다. 이 법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사기범들이 이를 역이용하는 것입니다.
결국, 영문도 모른 채 돈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모든 계좌 거래(입출금, 이체, 카드대금 출금 등)가 막히는 엄청난 불편을 겪게 되며, 심지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입니다.
2. 악랄한 통장협박(핑돈) 사기, 이렇게 진행됩니다! (사기 수법 상세 과정)
통장협박 사기는 치밀하게 계획된 여러 단계를 거쳐 이루어집니다.
- ① 1차 피해자 발생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보이스피싱으로 A씨에게 접근하여 돈을 편취합니다.
- ② 원격 제어 앱 설치 유도: 이 과정에서 A씨의 스마트폰에 원격 제어 앱 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여 A씨의 금융 정보에 접근합니다.
- ③ 2차 피해자 물색 및 ‘핑돈’ 송금: 범죄 조직은 해킹한 A씨의 계좌를 이용해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계좌번호를 확보한 B씨(2차 피해자)에게 10만~50만원 가량의 소액을 송금합니다. 이것이 바로 ‘핑돈’입니다.
- ④ 계좌 지급 정지 유도: 범죄 조직은 A씨에게 “B씨의 계좌로 당신의 돈이 잘못 송금되었으니, 빨리 경찰이나 은행에 신고해서 지급정지를 요청하라”고 지시하거나, 스스로 A씨인 것처럼 신고합니다.
- ⑤ 계좌 정지 및 협박 시작: A씨의 신고가 접수되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B씨 명의로 된 모든 은행 계좌의 거래가 즉시 중단됩니다. 계좌 정지는 피해금 환급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통상 2~3개월, 길게는 그 이상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때 범죄 조직이 B씨에게 연락해 “우리가 돈을 잘못 보냈다. 합의금(또는 수고비)을 주면 지급정지를 풀어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합니다.
- ⑥ 신종 수법: ‘통장묶기 복수 대행’ 서비스: 최근에는 특정인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의 의뢰를 받아 해당 인물의 계좌를 고의로 정지시키는 ‘통장묶기 복수 대행’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통장협박 사기는 한 명의 피해자를 넘어 연쇄적인 피해를 발생시키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3. 당황하지 마세요! 통장협박(핑돈) 사기 대처법 A to Z
만약 나도 모르는 돈이 입금되고 갑자기 계좌가 정지되었다면, 당황스럽고 눈앞이 캄캄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침착하게 다음 단계를 따르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① 절대 금물! 사기범에게 돈을 보내지 마세요.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사기범들은 “돈을 보내주면 지급정지를 바로 풀어주겠다”, “신고를 취하해주겠다” 등의 말로 회유하거나 협박합니다. 하지만 계좌 지급 정지를 해제할 권한은 사기범에게 전혀 없습니다.
- 지급정지 해제는 은행의 이의제기 신청 승인,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피해금이 전액 환급되었을 때, 또는 경찰 조사 결과 혐의 없음(무고함)이 밝혀졌을 때 가능합니다.
- 사기범에게 돈을 보내는 것은 그들의 범죄에 자금을 대주는 것과 같으며, 추가적인 피해만 키울 뿐입니다. 절대 응하지 마세요.
② 신속하게 은행에 사실을 알리고 중재를 요청하세요.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 입금되었거나, 이미 계좌가 지급정지된 사실을 알았다면 즉시 해당 돈이 입금된 은행(수취 은행)에 방문하거나 전화하여 그 사실을 알리고 중재를 요청해야 합니다.
- 은행에 핑돈 입금 사실과 함께 본인은 사기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의제기 신청‘ 절차를 문의하세요.
- 은행이 사기 피해 사실을 빠르게 인지하고 송금인(최초 보이스피싱 피해자) 측 은행과 연락을 취하면, 송금인과 수취인(본인) 간의 오해가 풀리고 합의 하에 지급 정지가 비교적 조기에 해제될 수도 있습니다.
- 꿀팁! 일부 은행의 자체 구제 제도 활용:
- 케이뱅크와 SC제일은행은 통장묶기 피해자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해 자체 검증 절차를 거쳐 지급 정지를 당일 해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은행 계좌를 사용 중이라면, 최대한 빨리 은행에 신고하여 신원 인증 후 보이스피싱 혐의가 없음을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은행명 | 주요 내용 | 비고 |
---|---|---|
케이뱅크 | 자체 검증 후 당일 지급정지 해제 가능 | 고객센터 문의 |
SC제일은행 | 자체 검증 후 당일 지급정지 해제 가능 | 고객센터 문의 |
기타 시중 은행 | 이의제기 절차 안내 및 송금 은행과의 중재 시도 |
표: 일부 은행의 통장묶기 관련 대응 (정확한 내용은 해당 은행에 문의하세요)
③ 희소식! 법 개정으로 구제 절차가 마련됩니다 (2024년 8월 시행 예정).
다행히도 이러한 악의적인 통장묶기 사기로부터 선량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2024년 2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2024년 8월경 시행될 예정입니다.
- 개정된 법률이 시행되면, 통장묶기(핑돈) 피해를 입은 사람이 피해금 편취 의도가 없었음을 소명하는 자료(예: 사기범과의 협박 문자메시지, 통화 녹취록, 온라인 거래 내역 등)를 금융회사에 제출하여 이의를 제기하면, 금융회사가 검토 후 신속하게 지급정지를 해제할 수 있게 됩니다.
- 이는 기존에 경찰의 ‘사건 사실확인원’ 발급 등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던 절차를 간소화하여 피해자의 불편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 법 시행 이전까지는 안타깝게도 마땅한 직접 구제 방법이 부족하므로, 위의 ①, ②번 대처법을 따르는 것이 최선입니다.
4. 최선의 방어는 예방! 통장협박(핑돈) 사기 예방법
모든 범죄가 그렇듯, 통장협박(핑돈) 사기도 피해를 보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 사항들을 꼭 기억해주세요.
- 계좌번호 및 연락처 노출 최소화: 통장묶기 사기는 범인이 타겟의 계좌번호를 알아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블로그 댓글 등에 계좌번호와 연락처(전화번호)를 함부로 공개하지 마세요.
- 중고거래 시에도 가급적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안심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부득이하게 계좌이체를 해야 한다면 거래 상대방의 신원을 최대한 확인하고, 계좌번호 직접 노출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의심스러운 입금 즉시 신고: 내역을 알 수 없는 돈이 소액이라도 입금되었다면 절대 사용하지 말고, 즉시 해당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하거나 방문하여 사실을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받으세요. 은행은 해당 금원을 반환하는 절차 등을 안내해 줄 것입니다.
- 출처 불명의 문자메시지나 앱 설치 요구에 응하지 않기: 보이스피싱의 1차 피해자가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택배 조회, 건강검진 안내, 금융기관 사칭 등의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URL 링크를 함부로 클릭하거나 출처 불명의 앱을 설치하지 마세요.
5. 맺음말: 침착한 대응과 예방이 중요합니다!
통장협박(핑돈) 사기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악용하여 또 다른 선량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매우 악질적인 범죄입니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보다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갑자기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돈이 입금되거나 계좌가 정지되는 상황을 겪게 된다면, 절대 당황하거나 범죄 조직의 협박에 굴하지 마시고, 오늘 알려드린 대처법을 차분히 따르시기 바랍니다. 신속하게 은행에 알리고, 필요한 경우 금융감독원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금융 생활 안전, 작은 관심과 실천으로 지킬 수 있습니다. 이 글이 통장협박(핑돈) 사기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